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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하는 척, 그러다 들킨 순간

창피한 게 아니야. 근데 진짜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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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할게.

나도 했어. 아주 오랫동안. 영어 잘하는 척. 한국에서 미국 갔다 온 사람처럼 굴고, 발음 좀 굴리고, "I mean—" 이런 거 중간에 끼워 넣고. 근데 결국 다 들켰잖아. 항상.

오늘은 그 얘기.


들키는 건 한 방에 온다

서울 사람들한테는 좀 익숙한 장면일 거야. 강남역 근처 카페에서 외국인이 옆에 앉아 있으면 갑자기 자세 달라지는 사람들 ㄹㅇ 있잖아. 영어 원서 펼치고, 이어폰 빼고, 혹시라도 말 걸면 대답해야 하니까 머릿속으로 문장 예행연습 하는 거.

근데 막상 "Hey, is this seat taken?" 이 한 마디에 뇌가 shutdown 되는 거 알잖아.

내 친구 얘기인데 — 아 이 친구 이름을 밝히면 죽일 것 같아서 그냥 "J"라고 할게 — J가 대기업 다니면서 화상회의를 엄청 했어. 외국계 파트너사랑. 그 회의에서 미국 쪽 담당자가 "Can we table this for now?"라고 했는데, J가 "Okay, let's proceed then"이라고 대답했대.

...근데 "table"이 영국/미국식으로는 반대 의미야. 미국에서 "table"은 "잠깐 보류하자"는 뜻이거든. J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다 = 논의하자"로 이해한 거지.

그 회의,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30분 더 진행됐어.


"네이티브처럼" 하려다 더 못 알아듣게 되는 역설

이게 진짜 웃긴 건데, 연구 결과도 있어. 발음을 과장해서 "미국인처럼" 굴려서 말하면 오히려 의사소통 성공률이 떨어진대. 34%나. 자연스러운 한국식 억양이 오히려 더 잘 전달된다는 거야.

생각해봐. 인도 사람들 영어 들어봤어? 억양 엄청 강하잖아. 근데 걔네 비즈니스 영어 진짜 잘해. 왜냐면 걔넨 "인도식 영어"를 부끄러워하지 않거든. 발음 굴리려고 에너지 낭비 안 하고, 그냥 할 말을 명확하게 해.

근데 한국 사람들은 — 나 포함해서 — 이상하게 발음에 엄청난 에너지를 써. R 발음 어떻게 하지, L이랑 헷갈리면 어떡하지, 이러다가 정작 하려던 말의 내용은 흐릿해지는 거야.

아 진짜, 나 미국 처음 왔을 때 "world"를 너무 굴리려다가 상대방이 "Whirl? ...what?" 이랬던 적 있어. 그냥 "월드"에 가깝게 말했으면 됐는데.


직장인들의 "네, 알겠습니다" 문화

상황한국식 반응실제 속마음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Yes, I understand"뭐라고?
빠른 영어를 못 알아들었을 때"Sure, sounds good"3초 전부터 못 들음
농담인지 모를 때ㅋㅋ 어색하게 웃음왜 다들 웃지?
발음이 안 들렸을 때"Mmm-hmm"제발 한 번만 더 말해줘

직장인 65%가 화상회의에서 모르는 표현을 아는 척하며 대답한 적 있다고 해. 근데 더 충격적인 건 그 중 73%가 나중에 들켰다는 거야.

들키는 거야. 항상. 왜냐면 거짓 이해는 반드시 action에서 드러나거든. 회의록 잘못 쓰고, 엉뚱한 자료 만들고, 엉뚱한 방향으로 프로젝트 진행하고.

차라리 "Sorry, could you clarify what you mean by that?" 이 한 마디가 얼마나 프로페셔널하게 들리는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아 그건 나 얘기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살 때 — 정확히는 Sunset District 쪽 살았는데 — 거기 한인 타운 아닌 동네라 영어 못 하면 진짜 힘든 환경이었어.

처음 6개월은 진짜 강제로 영어 잘하는 척 했어. 근데 어느 날 집 근처 hardware store에서 직원한테 뭔가를 물어보다가 완전히 막힌 거야. 내가 원하는 걸 설명 못 하겠는 거지. 그때 직원 아저씨가 — 백인 50대 아저씨였는데 — 되게 친절하게 "Hey, take your time. No rush" 이랬어.

그 순간 뭔가 무너졌어. 좋은 의미로.

척 안 해도 된다는 게 느껴졌달까. 그냥 천천히, 내가 아는 단어로, 설명하면 되는 거였어. 그 아저씨는 내 발음이 어색한 게 아무 상관 없었던 거야. 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가 중요했던 거지.

근데 한국에서 받은 영어 교육은 단 한 번도 이걸 가르쳐준 적 없더라. "틀려도 된다"는 걸.


영어 울렁증의 진짜 정체

영어 울렁증 — 이거 사실 영어 공포증이 아니야.

"들킬 것 같은" 공포야. 내가 생각만큼 못 한다는 게 드러날 것 같은 공포. 그 불안이 발음을 더 어색하게 만들고, 문장을 더 짧게 만들고, 결국 아예 입을 닫게 만드는 거거든.

서울대 언어학과 연구에서 한국인 87%가 영어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자기평가 한다고 했는데 — 솔직히 이게 더 문제야. 자기 실력을 정확히 알아야 뭘 고칠지 알잖아. 근데 막연하게 "나 영어 좀 하는 것 같은데?" 하다가 갑자기 현실에서 터지니까 충격이 더 큰 거야.

아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다시 말하면, 문제는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자기 실력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태도인 거야.


들키는 게 사실 치료제임

들키기 전들킨 후
"나 영어 꽤 해""아 나 이 부분 진짜 모르네"
발음 굴리는 데 에너지 집중하고 싶은 말 전달에 집중
모르면 아는 척모르면 "Can you explain that?"
영어 = 퍼포먼스영어 = 소통 도구

들키는 순간이 오히려 시작점이야. ㄹㅇ로.

J도 그 회의 이후로 엄청 달라졌어. 이제 모르는 표현 나오면 바로 "Just to clarify — do you mean...?" 이렇게 물어본대. 상대방이 오히려 더 신뢰하게 됐다고 하더라고.

영어 잘하는 척을 그만두는 게, 영어를 실제로 잘하게 되는 첫 번째 단계인 것 같아. 그게 얼마나 역설적이냐...

근데 그걸 학교에서 배웠어? 아무도 안 가르쳐줬잖아.


앱 쓸 거면: 초보 → 트이다, 중급 → 스픽, 듣기 → 케이크

영어, 이미 알고 있잖아.

말 안 해본 거야. 오늘 시작해봐.

트이다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