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부터 무너졌다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심장이 쿵쿵거렸어.
JFK 도착해서 입국심사 줄 서는데, 앞에 있던 아저씨가 갑자기 나한테 뭔가 물어보는 거야. 뭐라고? 못 알아들었어. 다시 물어봤어. 여전히 모르겠어. 그냥 웃으면서 "I don't know"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도 웃고 그냥 넘어갔어. 그게 끝이었어. 세상이 무너지지 않았어. 근데 그때 나는 이미 진이 빠진 상태였어 — 영어 한 마디 못 알아들었다는 것 자체가 그날 하루를 망쳤거든.
뒤돌아보면 그게 진짜 문제였던 것 같아. 영어를 못한 게 아니라, 못한다는 사실에 내가 더 과하게 반응한 거.
근데 솔직히 뉴욕은 영어 안 해도 됨 ㅋㅋ
아 이건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맨해튼 코리아타운(32번가 알지?) 당연히 한국어 되고, 차이나타운은 중국어, 퀸즈 플러싱은 그냥 동아시아 언어 다 됨. 근데 그 동네들 말고도 — 구글 맵이 있잖아. 구글 렌즈가 있잖아. 식당 메뉴판 들이대면 바로 번역되는 세상에 영어 울렁증 때문에 여행을 못 간다는 게 2024년에는 literally 좀 억울한 이야기야.
실제로 2023년 조사에서 한국 여행자 91%가 영어 대신 번역 앱으로 소통한다는 결과가 나왔어. 91%야. 즉, 유창하게 영어 하면서 여행하는 사람이 오히려 소수라는 거잖아.
| 상황 | 내가 실제로 한 것 | 결과 |
|---|---|---|
| 카페 주문 | 메뉴 손가락으로 가리킴 | 됨 |
| 지하철 환승 | 구글 맵만 봄 | 됨 |
| 식당 음식 물어보기 | 구글 렌즈로 번역 | 됨 |
| 호텔 체크인 | "Reservation, Nelson" | 됨 |
| 길 잃었을 때 | 지도 보여줌 | 됨 |
ㄹㅇ로 한 번도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만 해결되는 상황"이 없었어.
그래도 딱 한 번은 진짜 망했어
5일 중 4일은 뭐 어떻게든 됐는데.
셋째 날 브루클린에서 Uber 기사가 말을 엄청 걸어오는 거야. 진짜 빠르게, 뭔가 엄청 친근하게, 근데 나는 40%밖에 못 알아들어. 그래서 그냥 "Ah yeah, yeah" 하면서 웃었어. 10분을 그렇게 탔는데 내릴 때 기사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 긴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또 "Haha yeah"했어. 나중에 같이 갔던 친구가 그 기사가 나한테 길 물어보고 있었던 거라고 알려줬어... 승객한테 길 물어보는 Uber 기사...
아 그 기억이 아직도 ㅋㅋㅋ 웃기면서 창피해. 근데 그것도 결국 세상 안 무너졌잖아.
영어 울렁증의 진짜 정체
솔직히 말하면, 영어 울렁증은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야.
내 친구 중에 토익 880짜리 있는데 미국 스타벅스에서 음료 주문 못 하고 그냥 나온 적 있어. 반대로 한국에서 중학교 영어 수준인 우리 이모는 태국, 베트남, 터키 혼자 다 다녀왔어. 영어가 아니라 attitude의 문제야. 틀려도 괜찮다는, 못 알아들으면 다시 물어보면 된다는 그 마음.
근데 한국 영어 교육은 12년 동안 단 한 번도 "틀려도 괜찮아"를 가르쳐준 적이 없잖아. 시험에서 틀리면 점수가 깎이니까. 그러다 보니 우리는 영어를 완벽하게 해야 하는 과목으로만 기억하는 거야 — 일상에서 쓰는 도구가 아니라.
아 이 얘기 하면 진짜 화가 나는데...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발음 틀렸다고 반 애들 앞에서 웃은 적이 있거든. 그 선생님 덕분에 나 고등학교 내내 영어 시간에 입 한 번 안 열었어. 그냥 손들기 무서운 거. 그 경험이 지금 30대가 돼서 해외여행에서 말 한마디 못 하는 어른을 만드는 거야... 아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면 —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그 두려움 자체야.
이렇게 vs 저렇게
내가 뉴욕 가기 전이랑 후로 달라진 것들.
| 전 (여행 전 마인드) | 후 (여행 다녀온 뒤) |
|---|---|
| 영어 잘해야 여행 갈 수 있어 | 번역기 있으면 일단 갈 수 있어 |
| 틀리면 창피해 | 어차피 다시 볼 사람도 아님 |
|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 "Sorry, again?" 하면 됨 |
| 영어 완성하고 여행 가자 | 여행 가면서 영어 늘어 |
| 여행 = 영어 시험 | 여행 = 그냥 여행 |
마지막 줄이 핵심인 것 같아. 우리가 여행을 영어 시험장으로 만들어버린 거야, 스스로.
그래서 결론이 뭔데
없어. 결론 같은 거 없어.
그냥 — 영어 못 해도 여행 가. 가다 보면 어차피 조금씩 늘어. 그리고 진짜 아무도 네 영어 발음 신경 안 써. 뉴욕 사람들 자기 살기 바빠서 네 문법 틀린 거 채점할 시간 없어.
근데 만약 여행 다녀와서 "아 이 정도는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 그 느낌 있을 때 바로 시작하는 게 맞아. 그 감각 금방 사라지거든.
헐 나 이 글 쓰면서 그 Uber 기사 생각 또 났어. 미안해요 아저씨...
앱 쓸 거면: 초보 → 트이다, 중급 → 스픽, 듣기 → 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