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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녀왔는데요, 영어 한마디도 못 했어요

괜찮았다고 했는데... 왜 집에 오자마자 영어 학원을 끊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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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도 그랬음

솔직히 말할게.

내가 처음 한국에 살았을 때 — 정확히는 강남 사는 친척 집에 3달 있었을 때 — 주변 사람들이 해외여행 얘기를 어떻게 하는지 들으면서 진짜 신기했어. "오 파리 갔다왔어요, 너무 좋았어요!" 근데 자세히 물어보면 영어로 뭔가를 말한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거야. 레스토랑에서도 손가락으로 메뉴 가리키고, 호텔에서도 구글 번역기 보여주고, 길 물을 때도 그냥 지도 화면 들이밀고.

여행은 완성됐는데 영어는 없었던 거지.

근데 그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야. 진짜로. 이 글은 "영어 못 하면 여행 못 간다"는 소리 하려는 게 아니거든. 그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얘기를 하려는 거야.


"괜찮았는데"... 근데 왜 학원을 끊어?

통계 하나가 진짜 웃겼어.

해외여행 다녀온 한국인 중 92%가 "영어 못 해도 괜찮았다"고 답했대. 거의 대부분이야. 근데 그 사람들 중 47%가 귀국하자마자 영어 학원에 등록했다고.

생각해봐. 괜찮았는데 학원을 끊는다는 게 말이 돼?

이게 뭔지 알아? 이게 바로 여행 영어 울렁증의 핵심인데 — 당시엔 "어떻게든 됐어"라고 느끼지만, 뭔가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남는 거야. 아 이건 좀... 뭔가 제대로 표현을 못 해봤다는 공허함 같은 거. 번역기로 통역하고,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하고, 결국 여행은 끝났지만 —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는 느낌?

그 찝찝함이 학원 등록을 만드는 거야. 심리적 트라우마라고 부르기엔 좀 강하지만... ㄹㅇ 비슷한 거긴 해.


돈 얘기도 해야 하는데

이건 진짜 아무도 잘 모르는 부분이야.

영어 못 해서 실제로 손해 보는 금액이 여행 경비의 18% 정도라는 조사가 있어. 생각보다 많지? 어떻게?

상황영어 되는 여행자영어 안 되는 여행자
호텔 방 문제 생겼을 때"Can I get a different room?" 하고 업그레이드 받음그냥 참음
투어 가격현지인한테 흥정써있는 가격 그냥 냄
레스토랑 메뉴뭐가 오늘 추천인지 물어봄사진 있는 거 시킴 (보통 관광객용 비싼 것)
환불/교환당당하게 요구언제 주도권을 잃을지 몰라서 그냥 포기

흥정이나 호텔 컴플레인 같은 건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literally 언어의 문제거든. 말을 못 하면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돼 있어. 그게 돈이 새는 방식이야.


공항에서 있었던 일 (이건 진짜임)

내 친구 얘기인데 — 한국 친구, 영어 공부 10년 넘게 한 사람이야, 수능 영어도 1등급이었고 — 뉴욕 JFK 공항에서 입국심사 받다가 심사관이 "What's the purpose of your visit?"라고 물었을 때 완전히 얼어붙었대.

알잖아. 이 질문. 교과서에 백만번 나오는 질문이야.

근데 심사관이 좀 빠르게 말하고, 억양이 조금 달랐던 거야. 그리고 뒤에 사람들이 줄 서있고, 심사관이 진지하게 쳐다보고 있고... 친구가 한 말이 뭔지 알아? "Yes." 그냥 yes라고 했대 ㅋㅋㅋ

심사관이 "...yes what?" 하면서 다시 물어봤고, 결국 핸드폰 꺼내서 번역기 돌리려는 순간 뒤에서 한국인 아주머니가 "관광이요~ tourism!" 하고 대신 말해줬다고.

이게 영어 울렁증이야. 아는데 못 하는 거.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의 문제.


아 그리고 이 부분이 진짜 핵심인데

한국 영어 교육이 이렇게 만들어.

10년 넘게 배웠는데 왜 못 하냐고? 왜냐면 한국 영어 수업에서 "틀리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너무 강하거든. 시험이 중심이니까. 발음 틀리면 창피하고, 문법 틀리면 감점이고. 그러다 보면 완벽하지 않으면 아예 입을 안 여는 습관이 생겨.

아 진짜, 이거 진짜 한국 영어 교육의 근본 문제인데... 교육과정이 바뀌려면 얼마나 걸릴지, SKY 대학 입시가 영어 말하기를 제대로 반영하기 시작하려면 또 얼마나... 아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면.

요점은 이거야. 여행에서 영어가 필요한 순간은 완벽한 문장이 필요한 게 아니야. "Different room, please" 이거면 충분해. "Too expensive, discount?" 이것도 통해. 근데 10년 배운 사람은 이 말을 못 해. 왜냐면 이게 문법적으로 맞는지를 먼저 생각하거든.


그래서 다음 여행 전에 뭘 해야 하냐면

"영어 공부"를 하라는 게 아니야. 그 방향으로 가면 또 10년이야.

여행에서 실제로 필요한 말들만 익숙하게 만들어야 해. 목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이렇게 준비하면 실패이렇게 준비하면 씀
영어 단어장 외우기"Can I get a refund?" 이 문장 100번 소리내어 말하기
문법책 한 챕터 읽기실제 호텔 체크인 영상 보면서 따라하기
토익 문제 풀기관광지 이름, 음식 이름 영어로 말하는 연습
"열심히 해야지" 다짐출발 2주 전부터 매일 3문장씩만

나도 그래서 트이다에서 여행 상황 중심으로 짧은 표현들 만들고 있는 건데 — 결국 반복이야. 익숙해지는 게 전부야.


근데 진짜 마지막으로

73%가 영어 한마디 없이 여행을 마쳤대. 그리고 92%가 괜찮았다고 했어.

근데 그 중 절반이 집에 오자마자 학원을 끊었어.

그 '괜찮았다'는 말 속에 뭐가 있는 건지 — 진짜 괜찮았던 건지, 아니면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한 건지 — 사실 본인이 제일 잘 알잖아?

다음 여행에서도 또 손가락으로 가리킬 건지, 아니면 이번엔 한 마디라도 직접 해볼 건지.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더라고.


앱 쓸 거면: 초보 → 트이다, 중급 → 스픽, 듣기 → 케이크

영어, 이미 알고 있잖아.

말 안 해본 거야. 오늘 시작해봐.

트이다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