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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서 3년 동안 한 마디도 못 한 이야기

미국 회의와 한국 회의, 뭐가 다른지는 알아. 근데 왜 다른지는 아무도 안 가르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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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로 3년 동안 회의실에서 아무 말도 안 했어

뉴욕 오기 전에 서울 을지로 어느 중견기업에서 일했었는데.

회의실에 들어가면 — 진짜로 — 부장님이 앉을 때까지 아무도 안 앉아. 그 다음에 대리들이 앉고, 그 다음에 주임들, 그 다음에 나 같은 사원들. 그리고 회의 시작하면 부장님이 말씀하시고, 팀장님이 고개 끄덕이고, 대리님들이 "아, 맞습니다" 하고, 나는 그냥... 앉아 있는 거야. 노트 필기하는 척 하면서. 진짜 필기를 한 게 아니라 뭔가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3년 동안 그렇게 했어. ㄹㅇ.


근데 미국 오니까 회의가 완전히 다른 스포츠더라

처음 뉴저지 회사 다닐 때 — IT 스타트업이었는데 — 회의 들어갔더니 인턴이 VP한테 "I actually think that's the wrong direction"이라고 하는 거야. 나는 순간 얼어붙었어. 아 저 사람 오늘 잘리겠구나. 근데 VP가 "Oh interesting, tell me more"라고 하는 거 보고 진짜 문화충격 제대로 받았지.

그때 내가 깨달은 게 뭔지 알아?

한국에서 회의는 확인하는 자리야. 미국에서 회의는 결정하는 자리고. 이게 literally 모든 차이의 시작이야.

한국 회의미국 회의
목적위에서 내려온 방향 공유실제 결정을 내리는 곳
발언권직급 순서가 있음누구든 말할 수 있음 (인턴 포함)
침묵의 의미동의 or 복종이해 못 했다는 신호
반박하면무례하다고 여겨질 수 있음"좋은 포인트"로 칭찬받음
진짜 결정은회의 끝나고 됨회의 중에 됨

한국 회의가 끝난 후 진짜 회의가 시작된다는 거 알아?

이거 외국인한테 설명하면 항상 못 믿더라.

한국 회의실에서 "알겠습니다"는 동의가 아니야. 그냥 들었다는 거야. 진짜 의견은 회의 끝나고 흡연실에서 나오고, 점심 먹으면서 나오고, 퇴근하면서 나와. 그래서 한국 조직에서 진짜 정보는 회의록에 없어. 회의록은 그냥... 공식 기록용 문서인 거고.

미국 직장인한테 이거 얘기하면 진짜 이해를 못 해. "그럼 회의를 왜 해?" 라고 물어보는데 — 솔직히 나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한참 동안 못 했어.

아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한국 회의에서 "검토해보겠습니다"는 거절이야. 이거 모르고 미국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당했는지 ㅋㅋ... 아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면.


회의 시간 통계가 뒤집어 놓는 오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회의 많고 미국이 적겠지" 생각하는데 — 완전 반대야.

미국 직장인은 주당 평균 23시간을 회의에 써. 한국은 9시간 정도. 근데 재밌는 건, 미국 회의는 30분짜리가 많고 한국은 한 시간 넘는 게 기본이야. 그러니까 미국 사람들은 짧은 회의를 엄청 많이 하는 거고, 한국은 긴 회의를 적게 하는 거지.

왜 이렇게 됐냐면 — 내 생각엔 — 미국은 회의 자체가 결정 도구라서 필요할 때마다 짧게 모이는 거고, 한국은 회의가 의례적인 성격이 강해서 한번 모이면 형식을 다 갖춰야 하는 문화인 거야. 그래서 길어지는 거지.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냐고? 솔직히 모르겠어. 미국도 "너무 많은 회의"가 진짜 큰 문제거든. 23시간이면 주 40시간 중 반 이상인데 이게 정상인 건지...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회의 문화 자체가 다른 거야

여기서 핵심 얘기 하나 해야 하는데.

미국 회의에서 한국 사람들이 조용한 이유를 다들 "영어를 못해서"라고 생각하거든. 틀렸어.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영어 유창한 한국인도 미국 회의에서 조용한 경우 많아. 왜냐면 언제 끼어드는지, 어떻게 반박하는지, 아이디어 던지는 타이밍이 언제인지 — 이걸 모르는 거야.

이렇게 비교하면 좀 명확해져:

상황한국식 반응미국식 반응
상사가 틀린 방향 제시할 때회의 끝나고 가까운 동료한테 얘기함회의 중에 "I see it a bit differently..."
아이디어가 있을 때정리해서 보고서 형태로 올림그냥 바로 말해버림, rough하게
모르는 게 있을 때나중에 혼자 찾아봄"Can you clarify what you mean by X?"
동의할 때고개 끄덕임"Absolutely", "That makes sense", 언어적 반응

한국에서 회의 잘하는 사람이 미국 회의에서 바보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거야. 스킬이 다른 게임이거든.


그래서 지금 나는 어떻냐고

솔직히 나도 아직도 가끔 헷갈려.

한국 클라이언트랑 미팅할 때는 내가 의도적으로 "한국 모드"로 전환해. 말 아끼고, 직급 인식하고, 반박은 돌려서. 미국 팀이랑 할 때는 반대로 — 바로 의견 내고, rough한 아이디어도 일단 던지고, 침묵은 금이 아니라 신호로 쓰고.

이게 bilingual인 것처럼, 나는 어떻게 보면 bi-cultural meeting speaker인 건데 — 근데 이게 진짜 배워서 된 게 아니라 그냥 수십 번 당하면서 된 거라 ㅋㅋ.

처음 미국 회의 들어가는 한국 사람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하나야. 네 의견이 틀려도 괜찮아. 오히려 아무 말 안 하는 게 더 이상하게 보여. 그거 아는 것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야.

아직도 을지로 회의실에서 노트 필기하는 척 했던 내가 가끔 생각나는데...

그때 내가 말을 했어도 됐을까, 아니면 진짜 그게 맞는 문화였을까. 모르겠어. 지금도.


앱 쓸 거면: 초보 → 트이다, 중급 → 스픽, 듣기 → 케이크

영어, 이미 알고 있잖아.

말 안 해본 거야. 오늘 시작해봐.

트이다 시작하기